[한의신문]“연구와 임상 연계 선순환 체계 구축…한의학 현대화 앞장설 것”
이대연 원장, SCI급 학술지 심사위원으로 활동
암·근골격계 질환 한약물 유효성분 연구 분야 심사
여성암종 치료 한약물질 연구도 제출…현재 심사 중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SCI급 학술지 중 암 관련 해외 학회지인 ‘Anti-Cancer Agents in Medicinal Chemistry’, ‘Current Drug Delivery’, ‘Medicinal Chemistry’의 논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이대연 포레스트한방병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연구 성과와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대연 포레스트한방병원장
◇SCI급 국제학술저널의 심사위원회(reviewer panel)위원으로 위촉됐다.
한의사 출신 병원장이 SCI급 국제학술저널의 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일이 분명 흔치는 않은 것 같다.(웃음)
항암보조 한약제제 개발 및 양·한방 협진 통합 암치료 요법 수립 등을 목표로 설립된 포레스트한방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다보니 ‘Herbal Medicine FDY003 Inhibits Colon Cancer in Colo205 Xenograft Mouse Model by Decreasing Oxidative Stress’ 등의 논문이 의약학 분야의 권위있는 저널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고 해당 저널들로부터 심사위원회 위원(review panel member)으로 활동하라는 제안까지 받게 됐다. 연구 성과가 인정받으면서 향후 연구들을 심사할 기회가 새롭게 온 셈이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소개해 달라.
현재 병원 내 연구소에서는 항암치료의 효능을 향상시키고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암세포의 사멸을 촉진하고 체내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항암보조 한약제제인 FDY003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성과는 ‘Pharmacognosy Magazine’지에 게재된 바 있다.
최근에는 항암 부작용을 개선하는 사물탕의 약리효능 메커니즘 연구가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지에 실렸다. 또 후속연구를 활발히 수행해 여성암종 치료에 효과적인 신규 한약물질 조합들을 발굴했고 관련 연구논문들은 현재 SCI급 학술저널에 제출돼 심사 중에 있다.
또 척추관절센터에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산화·항염증·진통 효과를 발휘하고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약도 개발했다. 그 외 미세먼지와 감염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강 분무제형의 약을 개발하는 연구도 수행한 바 있다.
◇병원 내 연구소를 운영하고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는?
환자 또는 다른 의료계통 종사자들과의 소통과정에서 상대가 한의학적 사전 지식이 부재한 가운데 전통적인 한의약적 이론과 개념을 기반으로 한의치료의 효능과 원리를 전달할 때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관에 의과학·약리학적 정보들을 융합 활용하는 한약물 개발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항암보조 한약제제 개발 시, 전통 한의약적 지식정보만 치중하기보단 해당 암종(예: 유방암) 치료에 있어 우수한 약리효능을 보유한 핵심 유효성분을 실험데이터에 기반해 대규모로 발굴하고 이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한약재를 스크리닝하는 식이다. 이후 스크리닝된 한약재 중 항암효과를 가장 크게 발휘하는 특정 한약재 조합을 실험을 통해 동정해 항암보조 한약제제를 개발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한·양방 협진 치료요법의 현대 한의학적 해석과 약리학적 치료원리를 환자들에게 전달해 더 과학적·객관적·보편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고 환자들로부터 큰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기초연구 결과들을 임상현장에 적용할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초연구 성과도 중요하지만 임상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인삼에 함유된 유효성분 중 하나인 ginsenoside RG3는 다양한 암종에 대해 항암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이 약리효능이 나타나는 데에 필요한 성분함량이 한약제제에 정량적으로 포함됐는지, 조제 시마다 유효성분 함량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확인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한약제제의 안정성 평가를 통한 효능 및 제조공정 표준화기술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국내 한방병원 최초로 무균조제설비(isolator system)를 도입한 포레스트한방병원 원외탕전원에서는 원내 보유한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 HPLC) 기기를 이용해 조제된 한약물의 품질과 효능을 표준화하고 독성·미생물 검사시험을 수행해 약물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평가함으로써 정량화·수치화된 치료요법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환자들의 건강상태 및 복용 편의성을 고려해 한약제제를 개발하는 제형조제기술 연구도 활발히 수행 중이다. 보통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소화력, 흡수력이 저하된다. 이 때문에 한약제제의 약리효능을 향상시키고 약 복용 중 설사 및 소화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무효성분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추출정제법을 개발했으며 해당 연구 성과는 다수의 학술저널에 게재됐다. 복용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탕약 외에 농축한약, 캡슐, 약침, 크림 등을 개발하는 제형조제기술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활동 계획, 중점을 둘 분야는?
‘Medicinal Chemistry’지, ‘Current Drug Delivery’지, ‘Anti-Cancer Agents in Medicinal Chemistry’지 등의 저널에 투고된 논문 원고들을 연간 일정 편수 이상 심사하고 해당 투고논문의 주제 독창성, 연구내용의 논리성과 타당성, 논문 구성의 명확성, 결과의 활용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투고 논문의 학술적 수준, 연구내용의 성격, 과학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게재 적합성 여부를 판정하고 문제점 및 수정·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주로 암과 근골격계 질환 등이 대상이 되며 천연물·한약물 유래 유효성분의 효능 평가 및 약리기전 탐구, 신규개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분석, 약물제형 설계 및 전달기술 개발 등의 투고논문들을 심사할 계획이다.
◇추구하는 한의학적 연구방향이 있다면?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의 임상경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축적된 만큼 우수한 의학적 잠재력과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학적 접근법과 사고체계의 차이로 인해 한의학의 언어가 현대 양방 의학과의 간극이 발생한다고 본다.
예컨대 ‘사과’라는 물체를 우리가 ‘apple’이라고 부르든 ‘사과’라고 부르든 ‘pomme’이라고 부르든, 대상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얻은 한의학의 전통적인 이론과 개념을 양방 의과학적·약리학적 방법론으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앞으로 한의계가 비중을 두었으면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자세로 한의사들이 전통적인 한의이론 만을 고집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취해 현대 의생명학 지식을 포용, 습득함으로써 보편적인 언어로 대중 및 다른 의학계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객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한의학적 치료요법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한의학이 우수한 의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세계적으로 발전하고 도약하는데 이바지하고자하고 싶다.
윤영혜 기자
출처: 한의신문